2010.08.16 09:06

엉뚱한 자기 반성을 하다_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2006)

달콤한 나의 도시 - 10점
정이현 지음/문학과지성사

이번에도 때가 다 지난 소설을 뒤늦게 읽고 감상에 빠졌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조선일보 연재 당시 몇 편 읽어보고는 '뭐 이렇게 쉘로우한 글을.. 쯧쯧~'하며 던져 버렸었다.  그렇게 정이현이라는 소설가도 별 이유없이 내게서 폄하되고 외면당했다.

남편이 휴가동안 정이현을 독파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영하가 팟캐스트를 통해 상당히 호평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집에 정이현의 책들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단편 2개(삼풍백화점, 타인의 고독)를 읽었고,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는 중이다. 아아(이건 정말 탄식이다).. 나는 이 소설가에게 뒤늦게 빠져들었다.

아마도, 아니 거의 확실하게, 내가 정이현에게 안티했던 건, 바로 내가 소설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었을게다. 중산층 가정(기준은 모른다.. 그냥 그런 느낌)의 딸로 태어난, 서울 사는 30대 직장여성. 하지만 내가 연재의 일부로 잠깐 읽었던 부분은 그 복잡다단한 인생을 너무 가볍게 그리고 있었던게다. 그래서 나는 '지가 뭘 알아~'의 심보가 됐었을게다.

따지고 보면 소설이란게 다 그 시시한 글감들을 엮고 꼬아서 만든 이야기에 불과하다. 꼭 그렇게까지 소설이 가벼워도 된다고 한 겹 깔고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이현의 소설에는 가벼움 속에 한 방씩 잽을 날리는 문장들이 지뢰처럼 숨어있다.

상품정보를 복사하려고 알라딘에 가 보니, 너무 가볍다, 이게 뭐냐는 리뷰도 있다. 

그깟 소설 한 편 읽는 내내, 그동안의 평가절하에 대해 작가에게 미안해 하고, 나의 오만함을 반성하느라 마음이 복잡했다. 얼마 전 글 좀 쓴다는 지인에게 '난 시골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글감이 부족하다'고 핑계댔던 것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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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노바 2010.08.20 10: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래도 전 신경숙이 더 좋아요. 정이현 따위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2. copacetic 2010.09.07 10: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피상적인 감상으로만 가득찬 요즘의 문단과 대비되는 (나름대로) 우직하고 정석적인 문체는 괜찮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인의 허영, 혹은 그에 대한 갈망을 해소시켜주기보다는 감질맛나는 정도로만 채워준다는 점에서 싫기도 하고.. 그 갈망을 스스로 충족시킬 수 없는 자는 왠지 이 소설을 읽을 자격이 없다, 는 듯한 일련의 표상들에서 종종 불편함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정이현의 글만큼의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적절한 텍스트도 없는 것 같아요. 애증의 대상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