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1.14 일요일 밤의 잡념 (1)
2008.01.14 00:31

일요일 밤의 잡념

보통 일요일 저녁은 월요일 출근에 대한 부담이 충천하여 굉장히 불안정한 심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그 불안정한 상태가 수십가지의 잡념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이번 주말은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반한 감기몸살에 지배당해 먹고 자고만을 반복한 터라, 48시간 동안의 그 신선놀음을 마치고 월요일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심하다.

이번 월요일은 서비스 개편으로 밤샘까지 예정되어 있어, 오늘 새벽에는 자다 말고 갑자기 '팝업 공지까지 띄운 마당에 서비스가 제대로 안 올라가면 어쩌지' 하는 뒤늦은 걱정에 잠을 설치지를 않나, 그러면서도 감기몸살을 핑계로 휴일 출근을 피하고 보니,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을 '어찌어찌 이번에도 한번 잘 피해 가 보자'하는, 남일 보듯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거다.
(이럴 바엔 감기가 도지더라도 출근을 해 정면돌파하는 게 낫다는 건 이미 낮부터 생각했던 거다.)

벌써 업무를 바꾼지도 1년이 넘어가고는 있지만, 나 혼자 힘으로 사이트 하나를 완성해 본 적은 없었던 터라, 그동안 준비하면서는 별거 아닌 사이트 개편이라고, 나는 담당자 중 한명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프로젝트일지라도, 오픈 직전이 되고 보니 이렇게 걱정이 되고 떨리고 '공지를 먼저 올리는게 아니었는데' '개발기획자들한테 그렇게 끌려다니는게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쓰고 있자니, 이런 경험들이 다음에는 '내 것'으로 남겠지 하는 스스로의 위안이 되기는 한다.

또 어떤 무엇을 했느냐 하면, 오랜만에 받아온 씨네21에 나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리뷰와 배우 인터뷰를 한글자 빼놓지 않고 읽으면서 '재밌네~~'했고, 5년 뒤 차를 바꿀 땐 혼다 CR-V로 바꿔야지 하고 웹사이트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하면서 4륜구동은 3500만원인것을 보고 '한번 노력해보자' 싶었고, 카이스트 테크노 MBA가 잘 나간다는 기사를 기억하며 또 웹사이트를 뒤지다가 '이왕 투자하는 거 미국 가는게 낫지'하는 잠정결론을 내렸고, 언론대학원 논문쓸 때 졸려서 하품하던 생각밖에 안 나는데, 체력이 더 떨어진 지금 MBA를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자질구레한 search들 저 밑에는 직급이 올라가면서 시험대에 올라가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  내가 시험대에 올라간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뭔가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좀더 넓은 시각으로 보고,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면 되겠지만, 항상 돌아보면 너무 조급했고, 너무 편협했고, 너무 어렸고, 너무 자신감 없었던 나의 모습을, 이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나의 Personality이면서 나의 크나큰 숙제가 되어 버린 이 자신감 부족과 논쟁을 싫어하는 성격과 집요하지 못한 성격을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어떻게든 빨리'라는 말이 결국 또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점진적이나마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해답이 될지, 나를 지키면서 실력이 저절로 자신감이 되도록 하는게 맞을지를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 쪽을 택하겠고, 이미 그쪽을 향해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세상이 나에게 그럴만한 시간을 줄지, 과연 내가 자신감을 동반할 만큼의 실력을 갖출지는 나만이 답을 갖고 있겠지.

Trackback 0 Comment 1
  1. pollen 2008.02.14 23: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인생 별 거 있나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집중하고, 열중하고, 집 생각 안 나고, 시간가는 줄 모를 때만 열심히 일하세요.
    집중 안 되고, 열중 안 되고, 집 생각 자꾸 나고, 시계 자꾸 쳐다보게 되면... 그냥 퇴근 하세요.
    제가 볼 때 그렇게 하는 게 퍼포먼스 짱이예요.
    회사도 좋고 나도 좋은 길이예요.

    당신 자면서도 계속 회의하고 하는 걸 보면 진짜...눈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