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영화,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1.11.22 Everything Must Go(2010)
  2. 2010.12.29 Last Chance Harvey(2008) (1)
  3. 2010.08.05 브라더스(짐셰리던, 2009)_토비 맥과이어, 나탈리 포트만, 제이크 질렌할
  4. 2009.06.21 홍상수 '잘 알지도 못하면서'_재밌는 장면이 많은 영화
  5. 2009.03.23 그랜토리노 (2)
  6. 2008.05.25 내게 3개월의 시간이 남는다면.. 프랑소와 오종 'Time to leave'
  7. 2008.05.13 온에어_송윤아의 눈물에 100% 공감
  8. 2008.05.12 온에어_일 얘기 속에 스며든 사랑 얘기
  9. 2008.03.09 너무 쉽지 않아서 매력적인 멜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10. 2008.02.14 Falling in love..발렌타인데이 기념 영화 (1)
2011.11.22 18:12

Everything Must Go(2010)

Everything must go. 윌 페렐 주연, 2010년작.
Stranger than fiction(2006)에서 윌 페렐의 무표정한 연기에 반했던 탓에, 윌 페렐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봤다. 결론은 만족.

닉은 같은 날, 회사에서 짤리고 아내에게 버림 받는다. 얼마나 싫었는지, 아내는 그의 세간살이만 골라서 마당에 널부려놓고 떠난다. 열쇠도 바꾸고, 은행잔고도 묶고, 차도 빼앗는다. 끝끝내 아내는 목소리만 나온다.

야드세일을 권하는 이웃들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어른스러운 이웃 꼬마의 도움으로 물건들을 잘 정돈해 모두 팔아치우고, 차츰 급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해 간다.

누구든 찌질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윌 페렐의 찌질함은 그의 산 만한 체구와 함께 증폭된다. 이름 새겨진 맥가이버칼로 남의 차 타이어 찢고 칼 꽂은 채 도망치기, 플라스틱 쓰레기통 딛고 담 넘다 넘어지기, 자다가 스프링쿨러 물 맞기, 무릎을 얼굴까지 세우고 작은 자전거 타기, 동네 깡패들한테 쫄기.

영화 초반부터 정신없이 사건을 터뜨리던 영화는 이내 차분해지며 어떤 국면 전환도 시도하지 않는다(후반부에 닉의 아내와 닉의 형사 친구의 관계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이 역시 그냥 흘러감).

사건은 이미 과거가 되고, 시간은 일상이 되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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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9 22:38

Last Chance Harvey(2008)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 소외감, 공허함을 잘 그린 영화, 이런 얘기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다니 나도 늙었나보다 라고 생각한 영화, 두 명배우의 그 사람인 듯한 연기가 빛난 영화.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라는 코미디스러운 우리말 제목이 안쓰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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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바 2010.12.30 01:48 address edit & del reply

    제 상황에서 꼭 보고 싶은 영화네요.

2010.08.05 22:43

브라더스(짐셰리던, 2009)_토비 맥과이어, 나탈리 포트만, 제이크 질렌할



아기를 재우고 나도 잠들기 전까지 3번에 나누어 본 영화.

캐스팅과 스타일이 맘에 들었던 영화.

처형과 제부의 로맨스로 흐를까 조마조마했던 영화.

많이 울었던 영화.

'가족끼리는 정말 저렇게 무덤덤하지'라고 생각하면서 본 영화.

제목과 달리 형제애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은 영화.

가장의 죽음도, 극적인 귀환도 전혀 극적으로 그리지 않아서 세련된 영화.

뭐 하나 과하게 표현하지 않은 영화, 그래서 좋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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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1 15:15

홍상수 '잘 알지도 못하면서'_재밌는 장면이 많은 영화

오랜만에 홍상수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언젠가부터 홍상수 영화를 편히 보게 됐다.  전 같으면 골치 아픈 영화 축에 속했을텐데, 요즘엔 오히려 홍상수 영화가 개중 편안한 영화가 되었다.  급거 주류로 떠오른 봉준호, 박찬욱에 비해서는 확실히 덜 골치가 아프다.  아마도 '생활의 발견'(2002)을 보면서는 마치 내가 등장인물이고, 관객에게 속이 다 들여다보인 것 처럼, 민망하고 불편했던 그 기분을 이제 얼마간 포기하고, 그 모든 상황과 등장인물들을 관객의 입장에서 비웃으며 보아넘기게 되어 그렇게 된 것 같다.

한 마디로 재밌었다.  홍상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생떼쓰는' 어른같지 않은 어른들을 보는 게 재밌었다.  처음 본 사람, 그것도 업무로 만난 사람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하지 말라며 화를 내거나(영화제 관계자인 엄지원이 영화감독 김태우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술 사겠다고 빈말 하는 걸 보고), 8년만에 만난 후배가 바람둥이라고 했다고 금방 정색하고 언짢은 내색을 한다거나(김태우가 자신을 바람둥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공형진에게), 존경하는 선생님의 부인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 지인들을 동원해 낫을 들고 그 외도남을 죽일 듯 협박하는 것(하정우가 고현정, 김태우의 정사 현장을 습격, 김태우를 협박하는 장면) 등 있을 법 하지만 실제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이 영화에서는 여러번 나온다.

어쩌면, 실제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 즉 내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그걸 보는 게 더 재밌었던 것 같다. 다른 많은 영화에서 그렇듯이.. 대리만족..


엄지원이 만난지 10분도 안된 김태우에게 "자봉애들한테 정말 술 사실거에요?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왜해요? 쟤들 은 믿고 기다린다구요!" 했을 때나, 전날밤 술을 마시다가 먼저 가버린 김태우에게 "당신 때문에 나 강간당했다구요.  어떻게 술취한 여자를 남자방에 두고 갈 수가 있어요!  난 너무 취했었어요.  어쨋든 다 당신 때문이야"라고 강간한 남자보다 김태우를 더 원망하며 생떼를 쓰는 엄지원이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았다(저 싸이코~ 근데 저런애 있어, 맞아!).

아무튼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이런 식이다.  술 마시고 토하고 취하고 주정하고 다음날 머리 아프고 속 아픈 너절한 일상 속에서 나오는 너절한 대화들.. 로 채워져 있다.  사건은 있으되, 국면 전환은 없고, 원래 그랬던 인간들은 또 그 모습으로 살아간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순제작비는 2억원이었다고 한다.  고현정, 김태우, 공형진, 하정우, 엄지원 등 몸값 비싼 주, 조연배우들 모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저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 의도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촬영기법도 '우리 저예산이니까 미안하지만 보는 너네가 이해해라'는 식이다.  카메라 한 대만 쓴 것 같은 장면이 많고, 줌인, 줌아웃은 캠코더 처음 잡아본 사람이 조작을 잘 못해 확 끌어당겼다 확 풀고 하듯이, 마구 찍어 어지러울 정도다.

영화 전체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애시당초 없어, 뭘 어쩌라는 건 없다. 장면 장면이 주는 단상이 오래 기억되고, 그래서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는 마치 진짜 있었던 일 처럼 '마저마저 그거그거'하면서 배를 잡고 웃으며 할 얘기가 많은 영화,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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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3 11:23

그랜토리노



한국전에 참전했던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식과 이웃에게 더할 수 없이 괴팍한 노인네(!)다.

하지만 죽은 아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여자'라는 수식어를 아낌없이 쓰며,
이발사 마틴과는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한치의 악의없는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 것만 같아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동양인들과 더 잘 통하는 것에 한탄하고,
자식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몰랐던 자신을 반성하며, 
아무 잘못없이 갱의 희생이 되고 있는 이웃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18살 타오(비 뱅)가 살인의 경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노인네인 것이다.


영화 내내 변변한 음악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 막바지부터 저릿한 음악이 낮게 깔리며,
엔딩크레딧까지 죽 이어졌다.

'감동받고 있다'는 자각없이 본 탓인가.

음악이 들리자,
영화 내내 이 순간을 준비했다는 듯, 끝을 모르고 눈물이 흘렀다.

눈물의 이유는 점점 더 설명하기가 힘겹다.

다만, 팔순을 바라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은퇴작이며, 
영국 재즈뮤지션 제이미 칼럼이 주제곡을 부른(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부른 버전도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는 걸 말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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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멜로요우 2009.03.31 11: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저도..참 진한 여운을 느꼈다죠 ^^ㅋ
    아마..저 혼자 보고 있었다면..저 역시 눈물이 흘렀을지도..;

    • 낭만시인 2009.03.31 21:42 신고 address edit & del

      허허 제가 좀 눈물이 많아서.. 눈물도 상황에 따라 다르죠~

2008.05.25 20:29

내게 3개월의 시간이 남는다면.. 프랑소와 오종 'Time to leave'

이 생에서 살 날이 3개월 남았다면 난 뭘 할까?  무지막지하게 진부한 질문이지만 답은 쉽지 않다.  3개월..  하고 싶은 일 리스트만 잘 짠다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과연 난 뭘 하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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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 오종의 2006년작 Time to leave.  잘 나가는 사진작가 로맹.  빈틈없는 외모만큼이나 신경질적이고 일에만 몰두하던 그는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  의사와 대화를 마치고 나온 직후부터 그는 똑딱이 카메라로 주변을 찍어 댄다.  피사체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절박하지만, 피사체를 결코 오래 보지 못하고 셔터를 누르자마자 시선을 피한다.

오종의 영화가 구구절절 설명할 리 없듯, 또 영화는 침묵한다.  일을 그만 두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애인을 차 버리고, 할머니를 찾아가고, 옛 앨범을 보고, 여동생과 놀던 오두막에 가고, 무정자증 남편을 둔 부부를 위해 3명이 함께 하는 섹스를 감행하고, 제 손으로 머리를 깎고, 바다에 가 수영을 한다.  점점 말라 가는 주인공의 얼굴과 진통제 먹는 씬, 변기를 부여잡고 토하는 씬 등이 이 영화가 시한부 인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구나 라는 걸 상기시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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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영화라고 주인공이 이것저것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했다면, '난 3개월 동안 뭘 하지'라는 생각이 안 들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한 일 중 특이한 일은 정자 기증을 위한 부부와의 섹스 외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몇가지 돌이킨 것 뿐이다.  더구나 그 섹스 장면은 글쎄.. 영화 홍보하기엔 좋은 요소였는지 몰라도 내게 남은 건 없다.

아마 나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될 것 같다.  나름대로 추억이 남아있는 장소를 되짚으며 확인하면서, 각각의 장소에 있는 나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쳐다보기.  그 장소를 한번씩 돌아다니면서 내게 소중한 사람과 사물을 죽어서도 기억하기 위해 애쓰겠지.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죽을 수만 있다면 그것도 행복한 인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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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해변에서 석양과 함께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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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3 00:17

온에어_송윤아의 눈물에 100% 공감


인생이 뜻대로 안될 때, 특히 일 때문에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를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왜 이렇게 서럽게 울 수밖에 없는지, 운다고 해결될 거 없는데 왜 이러는지.. 큰소리 치더니 꼴 좋다고, 자존심 별 것 아니라고 윽박지르는 사람들 앞에서 한마디도 할 수 없는 나를 확인할 때 그 분함, 서러움. 문 걸어 잠그고 엉엉 소리내어 우는 송윤아를 보고 나도 같이 울었었다.

원래 남자들은 우는 여자 앞에선 어쩔 줄 모르는 걸까. 이제 막 좋아하게 된 여자의 눈물 앞에서 박용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저렇게 설피 우는데 다가가 한번 안아줘도 될 것을, 박용하는 끝내 송윤아를 안지 않는다. 현실에서 많은 남자들이 우는 여자를 달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과도 비슷하고, 일하면서 알게 된 여자를, 그가 운다는 이유만으로 안아주기 보다는 안절부절하며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상황이 실제로는 훨씬 자연스럽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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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2 00:32

온에어_일 얘기 속에 스며든 사랑 얘기


요즘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 '온에어'.  그동안 러브라인은 상당히 배제하고, 진짜 일 얘기를 제대로 하는 또 한편의 드라마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지만,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이제서야 조심스럽게 나오는 키스씬이 너무 좋았다. 방송가라는, 일반인들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업계를 다루고는 있지만, 직장, 일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달까.

어쩌면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사생활 등 모든 것을 드러내 알려주지 않고, 모든 인물들을 '일'할 때의 캐릭터 위주로 묘사한 것이 내게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도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일하며 보내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묘한 위안으로 다가온 게 아닌가 싶다. 돌아서면 터지는 크고 작은 사고들, 코드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맺기, 절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든 상황들..

이 씬에서 박용하, 송윤아 두 사람이 대화 중에 짓는 표정에서 아직 연인이 되지 않은,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라는 게 보인다.  이쁘다. 

박용하가 어깨를 빌려주겠다고 하지만 송윤아는 아무 말이 없고, 박용하는 금새 무안한 표정을 짓는다.  송윤아는 이내 '머리에 든 것 많아 무거운데 괜찮겠냐'는 썰렁한 멘트를 날린다.  키스하기 전 박용하는 송윤아를 향해 망설임의 시선을 두세번 던진 후에야, '놀라지 말아요'라는, 키스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말을 던진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파리의 연인'의 작위적인 대사들, 이를테면, '애기야~' '이안에 너 있다'가 갖는 민망함, 유치함이 없는 대신, 실제로 연애에 미숙한 보통 사람들이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게 되는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 또한 이 드라마의 미덕이다.

이 드라마의 첫(첫번이자 마지막?) 키스씬의 장소를 서점이라는 공간으로 설정한 것과 이런 촬영기법을 뭐라 하는지는 모르지만 여러 각도의 스틸화면이 흘러가도록 연출한 것도 최근 본 러브씬 중 가장 신선했다. 

가끔 실제로는 송윤아가 너댓살 누나뻘이라는 게 몰입을 방해하지만, 이제 일 얘기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아주 조금씩 드러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주는 재미 또한 잔잔하다.  상대적으로 이범수, 김하늘의 러브라인은 별로 관심이 안 가는 게, 각각은 멋있지만, 둘이 같이는 정말이지 안 찍어붙여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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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9 10:07

너무 쉽지 않아서 매력적인 멜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에서 광고를 하길래, 알맹이 없이 말랑거리는 멜로물이겠거니, 관심도 두지 않았던 영화였지만, 왕가위 영화라는 말에 오랜만에 예매를 했다.  이래서 참, 사람의 편견이란 어리석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는 사랑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여럿 나온다.  잘 사귀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남자친구를 둔 여자(노라 존스), 사랑했던 여인을 떠나보내고 까페 손님들의 사랑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열쇠를 보관하고 있는 까페 주인(주드 로), 집착이 강했지만 자신을 사랑해줬던,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 남편을 둔 여자(레이첼 와이즈),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더니 갑자기 세상을 뜬 아버지를 둔 갬블러(나탈리 포트만)가 있다.

영화에서 노라 존스와 주드 로 두사람이 '연애'하는 장면은 길지 않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도 좋겠다.  그보다는 노라 존스가 '더 이상 예전의 나이기를 원하지 않아' 길을 떠나면서 그녀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노라 존스가 길을 떠난 이후 영화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어느 새 여주인공인 노라 존스는 화면 한 쪽 구석으로 빠져 그 큰 눈만을 이리저리 굴리며 '이제 난 관찰자라구'라고 말하는 듯 하다.  주(主)무대인 뉴욕을 떠났으니, 멤피스와 네바다의 주인공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준다. 

멤피스에는 레이첼 와이즈가, 네바다에는 나탈리 포트만이 있다. 그들은 각각 노라 존스를 자신의 삶에 결부시키려 하고, 노라 존스는 망설임 없이, 또는 망설임 끝에 그들의 인생에 일부분 결부된다. 레이첼 와이즈, 나탈리 포트만의 소용돌이 치는 삶을 관찰하며 노라 존스는 자신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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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상징이었던 블루베리파이와 홍보 요소였던 테이블 키스씬(실제론 매우 난해할 듯!)은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기에는 너무 심란한, 내 뼛속깊이 박혀 버린 몹쓸 잡생각들 때문일 수도 있고, 수없이 봐 온 로맨스 영화에서 하나씩은 있는, 누구나 일정 정도의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장면으로,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신, 이 영화를 기억하는 나만의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나탈리 포트만과 노라 존스가 네바다의 고속도로를 각자의 차로 달리다, 갈래길이 나오자 나탈리 포트만이 손을 높이 들어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아쉽게도 그 사진은 찾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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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매순위 상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라서, 스포일링은 할 수 없지만, 로드무비 형식을 차용한 왕가위 덕분에 너무 쉽지 않은 영화, 헐리웃 로맨스의 공식을 따른 덕분에 너무 어렵지도 않은, 잔잔하고 편안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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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4 22:11

Falling in love..발렌타인데이 기념 영화

감독: 울루 그로스바드
출연: 메릴 스트립, 로버트 드니로, 하비 키이텔, 다이안 위스트, 조지 마틴, 제인 카즈마렉

발렌타인데이에 숙직을 서야 하는 남편 덕분에, 발렌타인데이 전날을 부부나잇으로 보냈다.  배달한 피자를 먹으면서 영화를 고르다가 Falling in love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 남편에게 물으니, 예전에 좋게 본 기억이 있어 받아놓았다고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참 별것 아닌 소재를 1시간반도 넘게 잘 풀어낸 영화이고, 그러는 데에는 두 주연 배우의 공이 200% 작용한 영화다.  사실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는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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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유부녀로 나오는 두 주연 배우를 통해 짐작하겠지만, 영화는 결국 결혼 후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남녀의 얘기다.  물론 사랑에 빠지는 남녀는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이다.  요즘 영화 같으면, 이 둘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또다른 조연급 배우들을 등장시켜 두 커플의 사랑 얘기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개봉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처럼 두 커플을 서로 엇갈리도록 설정하지는 않을지언정.

둘은 뉴욕의 근교에서 뉴욕 시내로 출퇴근하는 기차를 타고 다니며 '연애'를 한다.  그들의 인연은 Rizzoly 라는 맨하탄의 한 서점에서 각자의 배우자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 뒤바뀌는 것으로 시작된다.  로버트 드니로는 아내에게 줄 Gardening 서적을, 메릴 스트립은 남편에게 줄 Sailing 서적을 골랐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각각의 책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포장이 벗겨진다. 

영화는 Gardening과 Sailing이라는 주제가 주인공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즉, 책으로 각 배우자들의 성격을 표현함으로써, 두 주인공이 배우자에게 느끼고 있는 괴리감, 이질감 같은 것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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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남녀의 만남은 우연히 시작되어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게 되고, 가정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서 당연히 갖게 되는 고민에 빠진다.  친구에게 털어놓고, 혼자 되뇌이고, 애써 '친구'로 규정지으며 몇번의 만남이 이어진다.  마음을 숨기려고 하지만, 이미 한 몸처럼 감각이 같아져 버린 배우자들은 이들의 변화를 눈치채고, 잠시잠깐 한눈이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정말 좋아해서, 정말 사랑해서 괴로워하는 남편,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배우자의 이런 모습을 경험한다는 건 참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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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 모두 '뭔가 있어 보이는' 포스를 젊은 시절에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87년에 개봉을 했었다니 20년 전 모습이다.  특히, 메릴 스트립의 이지적인 미모는 그녀도 미녀 배우라는 사실을 일깨운다(전혀 질리지 않는, 볼 때마다 새로운 얼굴이라는 것에 남편과 나는 의견일치).  친구 역을 맡은 하비 키이텔과 다이안 위스트도 명배우라는 데 이견이 없다.  표정 하나도 심상치 않은 이들 조연전문(?) 배우들은 주인공들의 심리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이를 묘사한 연출에 비해서는 80년대식 엔딩이 좀 식상하긴 하다.  또, 섹스신 한번 나오지 않는 진지한 사랑이기는 하나, '어차피 불륜'이다.  주인공이 배우자 외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한 설명이 야박하니 당위성은 더더욱 없다.  어쩌면 결혼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배우자와의 관계가 나쁜 경우에 생기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원치않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거기엔 설명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어쨋든, 맨하탄 배경의 러브스토리라는 점 하나만 가지고도 설레는 나에게,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이라는 당대 최고 배우의 풋풋한 모습은 가끔 내가 무지막지하게 굶주려 하는 아날로그적 감성까지 느끼게 해 주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해 남편과 보기엔 적절치 않은 영화라는 사실도 잊을 만큼 말이다.

+ 데이브 그루신의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음악 Mountain Dance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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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ollen 2008.02.15 21:17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게 말이예요.
    지금 생각해 보니 발렌타인데이에 보기는 썩 적절치 않은 소재이군요...
    그러나 당신이 먼저 골랐다는 ^^;;
    저는 'Across The Universe' 보려고 했어요.
    'Falling in love'는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말리지 못했다는.. :P
    그러나.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These things happen' 하면서도, 'I see this happen in other people's life...'이라고 생각하니까 보는 거 아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