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2 20:27

다시 듣는 Chopin Ballade No.1 in g minor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얼마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Chopin의 Ballade를 듣고, 남편이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여보 이게 뭐야?"
"쇼팽 발라드 1번"
"와~ 좋네~"
"음 그래?"
(곡이 조금 다른 테마로 진행되자) "우와~!! 죽이는데?"
"허 그래?"

사실 Chopin Ballade 1번 c minor는 나에게 무슨 '굴레'같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대학입시곡 중 하나였고, 그 전에 고1 때 참가한 어느 콩쿨의 지정곡이었다.  대학을 정하고(선지원 후시험), 입시곡을 알았을 때, "이거 또 해야 돼?"하며 절망했었다(나는 한번 본 영화나 책을 두번 보지 못하는 성격이다).

Chopin Ballade 1번은 이렇게 나에게는 '지겹'고, '넘어야 할 산'이었다.  '심사관들이 듣고 점수매길 중반부 까지만 죽어라 연습하면 되는' 시험과제였지, 한번도 '아름다고 훌륭한' 작품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겐 결코 순수한 음악적 감동을 줄 수 없는 이 곡이 남편에게는 제법 충격적인 감동을 준 듯 하니, 나로선 이 상황 자체가 충격이다.

그래, 사람은 자라온 역사와 배경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다른 법이지...

요즘 동창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우리는 학창시절 내내 악기를 하고, 그림을 그렸지만, 이제 더 할 것도 없을 것 같던 그 악기와 그림을 대학 졸업후의 어느날 다시 맞닥뜨렸을 때에는,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대학 때까지 우리가 어떻게 악기와 그림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하는게 좋다고 믿고 했던 악기와 그림이지만, 다 커서 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 그 심오한 행위를, 세상 쓴 맛이라고는 성적 맘대로 안 오르는 것 정도밖에 안 겪어본 열몇살 짜리가 뭘 알고 했겠냐고 말이다.

예체능 출신들의 넋두리는 주로 이런 패턴이다.  어쨋든, 20년만에 처음으로 Ballade 1번을 아무 편견없이 다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 다시 들어도 역시 괴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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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09.04.01 18:09 address edit & del reply

    발라드 1번은 c minor가 아니라 g minor 아닌가여~^^?

    • 낭만시인 2009.04.06 10:45 address edit & del

      하하 제가 c 마이너라고 썼군요.. 지적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