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3 18:55

변희재 논리의 빈약함_감정적 논거에 대한 감정적 반론

진중권의 천적이라는 변희재가 디워 100분 토론에 즈음, 다시 한번 진중권을 겨냥하고 나섰다.  
그의 글을 읽고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논리의 빈약함.  이 정도의 강도로 비판을 하려면, 진중권 옹호자들도 동의할 만한 근거와 논리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논거를 들고 있는 것이 딱하다.
나는 특별히 진중권을 좋아하지도, 디워를 나쁘게 보지도 않지만, 변희재의 '공격을 위한 공격'을 보고 이상하게 감정이 격앙됐다.  변희재의 글에 대해 나 또한 감정적이고 개인적으로 반론해 본다.

===============================================
변희재, <U>bignews@bignews.co.kr</U>  

진중권은 나올 필요 없는 패널

MBC 100분 토론을 보면서,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한다. 우선 주제 자체가 과연 공중파 토론을 할 만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이미 기획이 되었다면, 최소한 인터넷 댓글보다는 반 발짝은 앞선 내용들이 논의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어찌보면 댓글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측에서는 시청률을 고려해서 그런지, 패널부터 부적절한 인물을 섭외했다.
(反)디워의 실체 공개 이후 대중들의 반응이 어떨까는 모두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100토론은 항상 정치나 부동산정책, 교육 문제만 다뤄야 한다는 법이 있나?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어떤 주제이건 토론해볼 가치는 있는 것이다. 

<디워>의 비판적인 입장에 선 중앙대 독문과 겸임교수 진중권은 나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고, 청년필림의 김조광수 대표는 나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反)결론부터 말한 것은 좋지만 그렇다면 왜라는 댓구가 바로 나워줘야 한다.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다.

<디워>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영화계 내의 모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디워>의 관객들이 영화계에 갖고 있는 불만은 그간 형편없는 한국영화에 대해서 호평으로 일관해온 영화계가, 왜 <디워>에 대해서만큼은 그토록 싸늘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곧 영화계의 제도적 권력에 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한국영화가 과연 미국 등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그에 대한 심층적 접근도 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反)어떤 영화계가 형편없는 한국영화에 대해서 호평으로 일관했나.  화제작만 보더라도 비판적인 시각은 항상 존재해 왔다.  잘된 점이 있으면 아쉬운 면이 있는 법.  평론가들은 열심히 그 아쉬운 부분을 찾아서 지적해 왔다.  디워가 제도적 권력구조 때문에 유독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피해의식이 아닌가.  

진중권은 과연 이에 대해서 책임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패널인가? 진중권은 영화계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본 적이 없는 사람일 뿐 아니라, 대중문화 자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진중권이 할 수 있었던 발언은 “디워는 형편없는 작품인데, 네티즌들과 심형래 감독이 애국주의로 선동해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것밖에 없었다.
(反)진중권이 왜 영화계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나.  그런 의무가 진중권에게 있는가.  비판하는 자에 대해서 '그럼 너는 얼마나 잘했나.  너나 잘해라'라는 식의 유아적인 태도가 문제다.  그가 대중문화에 대해 전문가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가 지식이 전무하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러한 비판도 섬세하지 않았다.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의 서사구조를 기준으로 <디워>는 서사가 아예 없다라는 그의 발언은 대체 그가 미학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적 쾌와 대중예술의 쾌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디워>는 할리우드의 SF 괴수 영화와 비교해야

<디워>의 작품성을 분석하겠다면, <디워>와 유사한 할리우드 괴수영화를 놓고, 이와 비교하여, <디워>의 장단점을 찾는 작업부터 해야한다. <킹콩>, <던젼드래곤>, <옥토퍼스>, <아나콘다> 등 비교 대상은 널려있다. <킹콩> 같은 할리우드 영화 내에서도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아나콘다>, <옥토퍼스> 같은 B급 괴수영화와 비교한다면, <디워>가 그다지 떨어지는 측면은 없다. 그럼 최소한 <디워>가 할리우드 B급 SF 시장의 진출 가능성은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심형래 감독이 무엇을 보강해야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할 것 아닌가?
(反)비교의 시각과 잣대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이 글에서도 디워가 'B급 SF 영화로서는 괜찮다'는 식의 자승자박의 논리를 세우고 있는 셈이다.  함께 출연했던 하재근이 희망하듯 '발전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또 진중권이 디워의 B급 SF 시장의 진출을 위해서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진중권이 <킹콩>, <던젼드래곤>, <옥토퍼스>, <아나콘다> 등을 보지 않았다면, <디워>에 대해 생산적인 논의할 자격이 없는 셈이고, 그런 토론회에 불러주어도 나가면 안 되는 거다.

진중권은 심형래 감독을 황우석 교수와 비교했다. 즉 이른바 심빠들이 황빠들처럼 심형래 감독을 비판하는 평자들을 집중 공격하여, 말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고, 진중권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황우석 교수 파문 때, 네티즌 무서워서 황교수를 제대로 비판을 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리고 영화평론가나 지식인이라면 네티즌이 뭐라 그러든 자기 할 말을 해야 하는 게 정상이지, 그게 무서워서 입을 열지 못한다고 떠드는 게 정상인가?
(反)그래서 지금 진중권이 '네티즌이 뭐라 그러든' 자신의 블로그, 오마이뉴스, MBC에서 자기 주장을 하고 있지 않나.  무서워서 못 떠드는 것 같진 않은데? 

진중권은 지금의 상황이 비정상적이라 하지만, 진중권이 평론가들을 지켜주기 위해 공중파 토론회까지 나오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한국의 영화 평론가들이 그토록 나약한 존재라면, 일찌감치 평론 접어야 한다.
(反)진중권 본인도 '평론가들을 지켜주기 위해' 방송에 나왔다고 말한 적 없고, 그의 발언 중 평론가들을 옹호하고 있다고 느낄 만한 요소는 없었다.

만약 진중권이 입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생각했다면, 차라리 <화려한 휴가>의 제작진을 공격하는 게 맞다. <화려한 휴가>야말로 광주의 역사를 상업적, 정치적으로 악용한 측면이 있는데, 영화계의 평자들은 아예 입을 열지 못한다. 정치권력과 영화권력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진중권은 이러한 진짜 권력의 억압에 대해서는 늘 입을 다물고, 별다른 힘도 없는 네티즌들하고 싸우는데만 골몰한다. 그야말로 장사꾼적 발상이다.
(反)왜 괜한 화려한휴가를 걸고 넘어지나.  진중권이 찬반양론이 있는 모든 영화, 모든 사안에 대해 핏대를 올려야 하나.  진중권이 과연 화려한휴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 디워에 대해서 처럼 핏대를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문제삼는 것은 논점을 흐리기 위한 속보이는 작업이다.

김조광수 대표 방송 출연 자체가 심형래 왕따 입증

영화계 전반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와 스포츠조선의 김천홍 기자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조광수 대표는 토론회에 나오면 안 되었다.

김조광수 대표에게 묻고 싶다. 본인의 직업이 무엇인가? 청년필림이라는 영화 제작사 대표이다. 심형래의 직업도 영구아트필림의 대표이다. 둘 다 영화를 제작하는 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제껏 영화계에서 한 영화가 논란이 되었다고 해서, 다른 영화사의 대표가 나와 이를 비판하고 분석했던 예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反)정말 답답하다.  다른 영화사의 대표가 다른 영화사 제작 영화를 비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 그 근거를 대야지, 선례가 없는 일을 했다고 해서 김조광수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김조광수 대표는 충무로 영화계가 심감독을 왕따시킨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심감독의 과장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왕따를 당했다는 데, 어떻게 제 3자가 그럴 리 없다는 말을 공중파 토론회에서 자신있게 할 수 있을까?
(反)허허.. 이 대목이야말로 심형래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다.  토론 프로그램은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바탕으로 주장을 펴는 자리다.  왕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본인과 별개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김조광수 대표가 공중파 토론회에 참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감독은 영화계에서 완전히 왕따라는 게 입증된 거나 다름없다. 김조광수 대표가 만약 심형래를 동료 영화인으로 인정했다면, 절대 그 자리에 나오지 못했을 거다. 예를 들어 <화려한 휴가>에 대해 김조광수 대표가 불만이 있다 한들, 같은 제작자 입장에서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를 비판하거나, 토론하는 자리에 나갈 수 있는가? 김조광수 대표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反)편가르기 하지 말라.  같은 영화계 사람이기 때문에 비판의 편에 서면 안된다는 말인가.  이 또한 이런 논의 때문에 한국 영화계 전체가 심각한 침체에라도 빠질 것 처럼 걱정하는 과도한 보호본능과 불안감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디워>와 이를 예찬하는 네티즌이나, 심지어 심형래 감독조차도 영화계 전체를 보면 부분에 불과하다. 오히려, 심감독과 관객들의 열정을 한국영화계에서 어떻게 수용해 나가야 하는지, 포괄적이고 치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심감독이 CG기술을 이루어냈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심감독 이외에 CG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그런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디워>를 대하는 영화계의 이중성에 대한 내부 비판도 있어야 하고, 가급적 이를 영화계 내의 변화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의지도 없고 이를 하기 위한 지식도 없는 사람을 패널이 나와서, 쓸모없는 이야기만 떠들게 한, 100분토론팀 제작진들은 반성을 하기 바란다. 안 그래도 공중파 토론회에서 깊이는 없고, 막말 발언만 끌어내어 시청률 올리려는 작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부분적인 찬성)토론의 깊이가 얕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CG기술을 활용해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고 영화계를 발전시키자는 얘기는 이 토론의 성격과 애초에 거리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진중권 교수에게 충고를 하고 싶다. 진중권은 이제 그만 전문분야 하나를 택해서 매진했으면 좋겠다. 관련 전문지식도 없이 이슈만 떴다 하면 상투적인 논리로 온갖 매체에 다 나타나는 것은, 구시대적 지식인의 악습이다. 구시대의 막차를 탈 것인지, 새시대의 첫차를 탈 것인지, 진중권도 고민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反)당대의 화제작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문화평론가라는 타이틀 아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각종 매체에서 부른다는 것은 또 그럴만한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Trackback 1 Comment 1
  1. sweetpee 2007.08.19 12: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진중권은 제가 좋아하는 미학자이자, 시사평론가입니다.
    비록 그의 주전공이 미학과 언어철학이라 하지만, 대중문화 평론에서 시사평론까지 두루 이 사회를 진단하는 '눈'과 '입'의 역할을 하는 몇 안되는 지식자 중 한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종교와 신의 영역까지 자기고민과 검증을 확대해 바라보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물론, 많은 종교인들이 그를 '악마의 사도'라 매도하지만, 중심을 잡고 세상의 맥을 짚어주는 이런 구루(Guru)들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한 시각을 배우게됩니다.

    진중권을 이해하고싶으시면 그의 '호모 코레아니쿠스'라는 책을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