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6 10:09

야무진 '반값아파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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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1호 분양 시작과 함께, 모집가구수의 10%만이 청약, 전 평형 미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모델하우스에 간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정책을 제안한 국회의원도, 주공 관계자도 모두 비판, 질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이미 때가 늦은 공허한 외침일 뿐더러, 그 자체 매우 식상하다.  주변 집값의 90%인 분양가와 20년 전매제한이라는 두가지 핵심 조건만 보더라도 이 아파트는 '승산'이 없다.

애초에 반값아파트라는 발상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 했더니,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주요 전략으로 역이용하려던 여야가 너나없이 내놓은 정책이다.

한나라당이 먼저 토지임대부(주공이 땅은 빌려주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를 제안했고 열린우리당은 환매조건부(환매 제한 기간인 20년 이내에는 주공에만 일정 가격으로 되파는 방식)를 대항마로 내세웠다.

토지임대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55%수준의 분양가로 책정돼 있지만 월 40만원의 토지임대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고, 환매조건부도 20년 이상의 전매제한에 따른 실효성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정치권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몇날몇일 고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이 또한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아파트로 따블, 따따블 뽑는 시대는 갔지만, 20년 동안 집을 늘릴 생각도, 남들이 좋다 하는 동네, 더 살기 좋은 동네 찾아 이사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족쇄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부동산 투기가 문제인 것은 틀림이 없다 하더라도, 이미 양극화로 접어들고 있는 사회에서, 나와 내 자식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게 하기 위해 돈되는 곳에 투자하고 투자 수익을 뽑아 자산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에 기초한 인간 심리까지 탓할 수는 없다.

결국 군포 반값아파트는 이런 인간의 기본심리를 애써 외면한 채 장미빛 이상에 그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됐다.

그동안 많은 탁상행정을 봐 왔고, 정치인들과 정부 관료들의 무뇌아적 행동에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반값아파트는 실로 유구무언이다.  이제는 나라의 한다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펴면 오히려 생경해질 지경이다.  생경해도 좋으니 그런 날이 오기만 하면 좋으련만.

이제와서 정부는 '반값'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과연 20년을 팔 수 없는 군포의 이 아파트, 앞으로 남은 청약으로 주인을 찾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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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장별 2007.10.16 11:40 address edit & del reply

    20년 안에 집을 팔아야 할 때는 주공에 되팔아서 시세 차익을 못 누리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다고 쳐도, 문제는 책정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겠죠. 분양가와 별도로 건교부가 제시한 월 40만원의 토지임대료를 30년간 납부해야 합니다.

    • 낭만시인 2007.10.17 13:12 신고 address edit & del

      여튼 모든 정책이 '이제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갔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서민들이 진짜 원하는 '내집장만 좀 쉽게 하자'는 취지에서 벗어나는 거겠죠. 의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