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7 11:56

직딩부르스_미팅의 홍수, 삽질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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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미팅, 미팅, 미팅..  미팅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업무공유 미팅, 의사결정 미팅, 보고 미팅, 보고 준비 미팅, 아이디어 미팅, 개발 미팅, 기획 미팅, 주간미팅... 이건 객관적인 분류이고, 좀더 '개별적'으로 보자면, 내 입장에서 정말 집중해야 하는 미팅, 대충 이해만 하면 되는 미팅, 의견을 꼭 내야 하는 미팅, 듣고만 있으면 되는 미팅, 싫어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미팅, 친한 사람이 들어오는 미팅,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미팅, 전략적으로 화를 내야 하는 미팅, 읍소해야 하는 미팅...

수많은 미팅에서 사람들은 말, 말, 말을 하며 교류한다(하지만 자주 교류란 없다).  교류가 활발할수록 의견 차이도 드러난다.  한쪽이라도 꽁하고 있지 않고 다 자기 의견을 한마디씩 하게 되면 의견이라는 게 완벽하게 일치를 본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이라는 건 대부분 양분된다.  결국 한 사안을 놓고 반대파와 찬성파로 갈린다.

각자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은 정당하다.  적어도 표현이 된다는 건 그 미팅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문제는 양분된 의견 중 어느 것 하나 '옳다'고 손 들어줄 수 있는 분명한 게 없다는 것.  어떤 걸 선택하든 일장일단이 있고, A를 선택하면 1이라는 문제가, B를 선택하면 2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이 2보다는 지금 우리 상황에선 좀 덜 위험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B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아니다.  이미 모두가 상처받았다.  어느 것 하나 '아주 좋아, 땅땅땅!' 하고 결론이 나지 않은 이상, A파, B파 모두 어느 정도의 상처를 받는다.  서로가 서로의 의견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내 의견에 힘을 싣기 위해 상대방의 의견의 단점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팅 참여자 중 토론의 달인이 한명이라도 끼어 있거나, 거역할 수 없는 지존급의 의사결정자가 포함되어 있으면, 그 상처는 확 줄어든다(어쩌면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해 생기는 상처가, 내가 표현한 의사가 나와 동급의 사람에게 심하게 까여서 생기는 상처보다 적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우리 중 대부분은 토론에 익숙하지 않다.  찬성파는 반대파의 의견을 들으면서 '저 사람들은 왜저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거지?  도대체 저런 생각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반대파는 찬성파에 대해, '저런 순진한 친구들 같으니..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  비지니스라는 게 그렇게 장미빛이면 얼마나 좋아?  과거 경험에 따르면...'  이러고 있다가 의견을 말하니 좋은 말이 안 나가는 게 당연하지.

수많은 미팅에 참석하면서, 내가 직접 쌈닭이 돼 보기도 하고, 쌈닭들의 싸움을 지켜보다 보면, 각자 나름의 솔루션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 솔루션은 각자의 성격과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가장 바람직하고 실제로 가장 많은 사례는 양 쪽 다 조금씩 상처를 입은 채로 타협점을 찾는 거다.  싸움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경우, 의사 결정 자체를 더 높은 사람에게 떠넘겨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기 의견만 꽥꽥거리고 책상을 쾅 치고 휑하니 사라져버리는 경우는 드라마에서와 달리 현실에서는 드물다.  회사는 물론 업계 전체에 돌아이로 소문나는 걸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쾅 하고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보다 골 때리는 구제불능은 따로 있다. 미팅 중엔 아무 이견없는 듯 웃는 얼굴로 합의하고 나서, 자기 팀에 돌아가서 완전 딴 소리 지껄이는 사람이다.  저쪽에서 밀어부쳐 어쩔 수 없이 합의했네, 내가 합의했던 건 그게 아니네 이러고 나온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서'라는 이유로, 실컷 회의 다하고도 회의록이라는 문서로 다시 기록해서 모든 참석자에게 공유하는 두번일을 또 하고 있는 거다.  일명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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