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8 15:36

첫 한옥호텔 '라궁'

한옥으로 지은 첫번째 호텔이라니.. 왜 이런 생각을 진즉에 하지 못했을까.  가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나, 시도만으로 칭찬받을만 하다.  우리도 충분히 일본처럼 전통적인 고급숙박문화를 정교하게 발전시켜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아래는 한겨레 기사..
한옥의 특별한 변신…‘한옥 호텔’에 가보셨나요?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내 최초의 한옥 호텔 라궁
집같은 객실에 온천시설…기계공법·도시한옥 모델 논란
한겨레 구본준 기자
»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 라궁

2007년, 한국 건축계가 가장 활발하게 논의하는 주제가 있다면 분명 ‘한옥’이다. 그렇다면 올해 등장한 새로운 한옥들 가운데 지금 건축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물은? 아마도 5월 경주에 문을 연 ‘라궁’일 것이다.

라궁은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이다. 조정구(40·구가건축 대표)씨가 설계한 라궁은 삼부토건이 운영하는 경주시 보문단지 신라밀레니엄파크 안에 들어선 고급 호텔이다. 지난 몇년 동안 건축계에 한옥 바람이 불면서 한옥 사무실에서 시작해 한옥 유치원, 한옥 동사무소, 한옥 치과 등이 생겨났지만 한옥 호텔은 처음이다.

라궁은 한옥으로 지어 공간 구성이 일반 호텔과는 전혀 다르다. 식당과 라운지가 있는 입구 건물과 16개 객실이 있는 뒷편 건물이 이어져 ‘ㅁ자’를 만드는 구조다. 단층 객실이 이어지는 긴 복도로 둘러싸인 네모꼴 안 마당은 일부러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아 공터처럼 남아 마치 서울 종묘처럼 묘한 정적과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건물 내부, 곧 객실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객실이 한채 한채 방 2~3개와 마루가 있는 한옥집 구조를 이루고 중첩되는 점이다. 누마루를 넣은 누마루형, 그리고 작은 마당을 강조한 마당형, 두가지를 접목한 복합형 등 4가지 객실이 있다.

이 호텔의 기획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전통 숙박시설’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참고한 콘셉트가 일본의 전통 숙박시설 ‘료칸’이었다. 전통 일본식 여관인 료칸은 전통 건물에서 전통 방식으로 숙박하면서 일본의 전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특급호텔이 아닌데도 특급호텔 못잖게 또는 그 이상으로 비싸다. 라궁은 ‘한옥’으로 이런 숙박시설을 지향했다. 새로운 체험을 위해 각 객실에서 노천 온천까지 즐길 수 있도록 객실마다 돌 욕조를 넣었다. 고급 컨셉트여서 숙박비는 1인당 12만~15만원(아침 저녁 식사 포함)인데, 호텔쪽은 11월 전까지는 주말 예약이 모두 찼다고 전했다.

라궁이 건축계의 주목거리인 이유는 한옥으로 호텔을 시도했다는 점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건축적 측면에서는 전통 한옥으로 돌아간 현대 한옥건축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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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건축에서 ‘한옥의 현대화’는 콘크리트 철골조 구조의 현대 건축공법으로 한옥의 모양새를 복제하는 식이었다. 법주사 팔상전이나 불국사 청운교 등의 모습을 본뜬 경복궁내 국립민속박물관이나 여러가지 전통 건축물들의 디자인을 물리적으로 조합한 전주시청 건물, 콘크리트로 한옥 모양 그대로 지어 페인트 칠한 서울 어린이회관 등이 해당한다. 그대로 본뜨기보다는 디자인 모티브를 한옥에서 따오는 것도 또다른 흐름이었는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한옥 현대화 건물들은 건축계에서는 미학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으며 오히려 극복 대상으로 여겨져왔고, 1980년대 이후에는 시도도 끊겼다. 라궁은 이른 흐름과는 반대로 아예 전통 한옥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분명 현대에 현대적인 용도로 지은 현대건축물이지만, 건축은 전통 구법으로 돌아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전통 한옥건물을 현대에 지을 경우 현장 경험이 풍부한 목수가 모든 시공 과정을 총괄하는 식이었는데 설계자인 디자이너가 건축 과정을 주도한 점도 현대적인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법면에서 기계화를 추구한 점도 주목거리다. 모듈화와 부품 기계화로 공기를 줄여 라궁은 6개월만에 완공했다. 이 부분은 건축적으로는 논란의 대상이다. 대신 한옥 건축의 맛을 살려주는 손맛, 곧 건축적 디테일은 희생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미학적 측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조씨가 고른 라궁의 건축적 모델은 19세기 이전 전통 한옥이 아니라 20세기 이후 들어선 도심형 근대한옥들의 문법이다. 도시 한옥인 ‘ㄷ자형 한옥’과 ‘연립한옥’의 공간 특성을 적용했다. 조씨는 전통 문화재급 한옥보다는 이런 도시형 한옥들의 지닌 기능적, 미학적 특성을 새롭게 분석하고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도시한옥들이 열악한 근대 도시의 주거 환경속에서 나온 것들어서 과연 건축적 질이 높으며 새로운 모델로 삼을만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한옥에 맞지 않는 실내 디자인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받고 있다. 객실내 가구와 딸림 설비들의 디자인이 전체 한옥 건물 디자인과 통일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궁은 분명 여러가지 측면에서 극복할 거리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한옥이 몇몇 애호가들의 살림집을 넘어 이제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물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분명 이 건물은 새로운 성취를 보여준다.

서울시립대 송인호 교수는 “그동안 현대적인 용도의 건물에 한옥의 구축방식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용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며 “북촌 도시한옥을 건축적 모델로 고른 점은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역사적 한옥유형을 공부해 새로운 한옥유형을 제안하는 점, 한옥이 현대도시에서 현대인의 삶을 담는 호텔이란 공간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라궁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주/글·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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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 조정구씨 “한옥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

»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 라궁 설계자 조정구씨
국내 최초의 한옥호텔 라궁을 설계한 조정구씨는 현대건축에서 출발해 한옥을 현대건축의 대안으로 고른 현대건축가다. 그가 한옥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서울 ‘북촌마을’ 한옥을 리노베이션하는 작업을 맡으면서 한옥과 만났다. 이후 서민들이 살았던 20세기 도시한옥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자신도 1960년대 지은 한옥집으로 이사가 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라궁과 안동 군자마을회관 등이 있고, 리노베이션 작업으로 서울 원서동 궁중음식연구원, 인사동 누리 레스토랑과 식당 지리산 등이 있다.

-한옥이 과연 현대건축으로 가능한가.

=현대라는 시대에 맞게 한옥이 지어질 수 있다. 그게 호텔일 수도 있고 레스토랑일 수도 있다. 그렇게 스스로 한옥이 진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옥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나도 ‘전통은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머릿속에 주입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직접 한옥작업을 해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한옥은 스스로 건축으로, 특히 현대 건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서울 북촌 등의 20세기 도시 한옥들은 역사적 가치는 있지만 미학적으로는 조선시대 전통 한옥에 못미치는 저가형 ‘집장수 한옥’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런 도시한옥을 주목한 이유는?

=근대화와 함께 모든 것이 바뀌던 시기 한옥도 스스로 근대를 열었다. 창덕궁 연경당이나 운현궁, 미대사관저 등이 그걸 보여준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등으로 이런 흐름이 끊긴 것이다. 근대한옥으로 등장한 도시한옥들은 기능과 미학 양면에서 나름 근대화된 도시의 좁은 땅에서 주어진 조건에 맞게 최적화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도시란 여건에 맞게 뽑아낸 최선이 담겨있기에 현대 한옥에 맞는 거주의 본질이 있다고 믿는다. 도시한옥은 분명 보편적 건축의 일부다.

-한옥이 보급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옥은 무작정 싸다고 되는 건물이 아니다. 보급화는 중요하나 수준 높은 보급화라야 오히려 가능하다고 본다. 값싼 한옥이 꼭 보급화의 중요한 방법은 아니다.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전통건축을 현대화하는 ‘화풍(和風)건축’이란 장르가 있어 이 장르만 매진하는 건축가 그룹이 있다. 앞으로 우리 건축계도 이렇게 가리라고 본다. 전통 문화재 한옥은 전통대로 자기 길을 가는 것이고, 새로운 현대한옥은 현대한옥대로 가야할 길이 따로 있다. 구본준 기자

 ▶ 블로그 관련 글 : 이런 호텔 보셨나요?-한옥과 현대건축은 어떻게 만나왔나 / 구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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