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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23:24

실용주의 뜻 모르는 실용정부

요즘 '이명박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는 소고기 협상에, 현 정부와 국회에서 해결할 민생 현안들.  웬만하면 정치에 관심 갖지 않고 '잘 되겠지 뭐' 하던 사람들마저 '이놈의 나라가 대체 어찌 되려고...'라며 혀를 찬다.  술자리는 물론이고 점심시간에도 이명박 정부와 촛불집회, 광우병은 아직도 공통의 화제다.

문제는 이 상황이 당췌 어느 정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소고기 문제가 국민들이 인정할 수준으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교육,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등 아직 국민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주제들은 쌓여 있다.  아래 칼럼을 쓴 전성철 이사장이 소고기 정국이 아니라 실용주의로 포장된 현 정권의 반시장주의를 우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 취임 당시에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던 것 처럼, 대통령은 뽑아준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18대 대통령으로 이명박이 당선됐다는 것은 국민들의 균형감각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준다.  전 이사장의 칼럼에 언급됐듯, '너무 진보로 간 나라의 추를 보수 쪽으로 회귀시키'고자 하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이었다(투표율이 40% 밖에 안됐었다고, 나는 안 뽑았다며, 뽑은 사람들이 책임져라 식으로 말한다면, 난 기호2번 찍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할 말 없다).  

이런 국민의 바람을 현 정부와 대통령은 매번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게 문제다.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보수쪽으로 돌려달라고 했지,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익숙하고 옳다고 믿는 시장원리를 되는대로 조정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투표율이야 어찌됐건 보수적인 후보가 당선됐다는 결과로 국민들이 원하는 게 밝혀졌다고 할 때는 언제고, 촛불집회가 확산되자 그동안 잠잠하던 진보좌파들이 좀비처럼 일어나 온 국민의 배후에 있다고 하는 건, 모순 중의 모순이다.  제발, 2000년대 대한민국은 통치자가 잘 못하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런 시대인 것이지, '뭔가 다른 게 있을거야' 식의 음모론은 이제 잊어야 한다는 걸, 남들 다 아는 그 사실을 그들도 알아줬으면 한다.  

다행히도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다수 또는 현 정부에 분노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조차도, 앞으로 남은 4년 9개월 동안, '실용정부' 답게 누구나 납득하는 '실용'만 잘 해 준다면, 용서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도 기억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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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시론: '이명박 실용주의'가 가야할 길
▲ 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개편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어려움은 쇠고기 때문에 시작된 것 같지만 그 분위기는 이미 그전에 무르익고 있었다. 그것은 가치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내건 가치는 '경제'와 '실용주의'이다. 문제는 '실용주의'라는 가치였다. 이 가치는 다른 본질적인 가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을 때 필연적으로 값싼 '편의주의'로 전락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실용'이라는 가치만 추구한다면 도둑질, 강도질도 용납될 수 있을 것인가.

실용주의는 그 이상의 어떤 가치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어떤 가치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할까? 그것은 무엇보다 '보수'의 가치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단적으로, 너무 진보로 간 나라의 추를 보수 쪽으로 회귀시켜 달라는 명령을 다수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람이다.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장 핵심은 '시장주의'이다. '시장주의'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자유를 중시하는 가치이고,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첫째로, 정부의 역할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민간의 역할을 늘리려고 한다. 둘째, 그러나 시장의 질서를 깨는 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응징한다. 이 양면성에 충실한 정부가 바로 '시장주의적 정부'이다.

이명박 정부의 모든 어려움은 그가 이 '시장'이라는 가치를 경시한 데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정치에 있어서는 몇 사람이 정하는 밀실 공천은 반(反)시장적이다. 당원들이 투표를 통해 하는 '경선제'가 시장주의에 합치되는 제도이다. 만일 이 대통령이 경선을 택했다면 공천파동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고 보수의 분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주의를 추구하는 정부는 또 가능한 한 앞에 나서지 않고, 가능한 한 명령하지 않는다. 인센티브, 즉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문제를 해결한다. 정부가 품목을 공개적으로 정해 놓고 행정지도로 물가를 잡겠다고, 또 공개적으로 환율을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개입하는 것은 시장주의적 행태가 아니다.

시장주의는 또, 정부의 힘이 아니라 민간의 힘을 더 신봉하는 정부이다. 예를 들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함부로 나랏돈을 풀지 않는다. 도리어 세금을 깎아 주고 규제를 풀어 경제를 살리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돕기보다, 가능하면 기업을 도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실현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고유가(高油價)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정부가 무려 10조원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정책 같은 것은 결코 시장주의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그것은 정부 만능을 믿는 진보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보수는 결코 수구가 아니다. 과감하게 개혁한다. 철저한 보수주의자였던 영국의 대처 총리가 가장 많은 개혁을 했다. 그러나 자유를 신장하는 쪽으로 개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주의적 정부는 시장의 질서를 깨는 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응징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친기업'이라고 하면서 기업의 비리를 감싸는 것은 반시장주의적인 것이다.

이러한 가치에 충실한 실용주의를 실천할 때 비로소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되찾고 역사를 발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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